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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ation Parlor (5)- 완결
Station Parlor (1)~(4)에서 이어짐.......~*~*~*~*~*~*~*~*~*~*~*~*~*~*~*~*~*~*~*~*



아베노 거리에 나와서 나는 조금 달리고,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술집의 작은 간판이 이어진 골목의 어둠을 택해서 나는 더스트코트를 벗었다. 양복 상의를 벗고, 상태가 엉망이었던 넥타이도 풀었다. 발이 아팠던 구두도 벗었다. 그리고 보스턴 백에 들어 있던 오래된 스웨터와 점퍼로 갈아입고, 오랫동안 신었던 즈크화를 신었다.

그리고서 마지막에 처분할 생각으로 가방 깊숙이 넣어 두었던, 마찬가지로 오래된 토카레프 한 자루를 꺼냈다. 별도로 담아 놓았던 카트리지 일곱 발을 틀에 채우고 슬라이드를 끌어서 장전한 후, 안전장치를 다시 걸고 점퍼 속 포켓에 넣었다.

가방과 벗은 코트 등을 쓰레기 울타리와 같이 골목 구석에 남겨 두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특별히 무언가와 결별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길조를 비는 의식도 아니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 입은 이유는 그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고, 가방을 버린 이유는 별다른 게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과 여권은 양복 상의 포켓에서 착실하게 점퍼 포켓으로 옮겼다. 내 머리의 절반은 충분히 냉정했다. 나머지 절반이 어땠느냐고 한다면, 꿈꾸는 기분이었다는 표현이 아마도 가장 들어맞을 것이다.

멀리서 보기에 다른 사람 모습이 된 나는 역 터미널 빌딩으로 향했다. 시각은 오후 7시 50분. 빌딩 주변은 폭탄소동 때문에 달려든 보도관계자와 부(府)경찰본부 순찰차와 구경꾼으로 19분 전보다 한층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터미널 빌딩 출입에는 제한이 없었고, 운전을 재개한 전철 소리도 들렸다. 나는 구경꾼들 무리에서 무리로 이동하면서 사철 터미널 쪽에 가까이 갔다. 표 자동판매기에서 제일 싼 입장권을 사서 개찰구를 통과했다.

나는 우선 보이는 만큼 구내를 둘러보았다. 홈에 드문드문 있는 사람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보고, 여동생의 모습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시각은 오후 8시 5분 전이었다. 폭발이 있었던 1층 화장실 방향에 감식원의 제복이 무리지어 있다. 로프가 쳐 있고, 감시하는 경관이 몇 사람이나 서 있다. 그것을 멀찍이 둘러싸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담이 있고,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합실 계단은 그 뒤에 있었다.

오후 8시에 닫히는 찻집은 폐점 5분 전의 적막에 싸여 있었다. 손님은 남아 있는지 없는지. 마지막 손님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손님이 가게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 나는 사고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담 뒤에 서서 몇 분간 기다렸다.

화약 연기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상당히 강력한 폭탄이었던 것 같다.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짙게 화장한 여자의 얼굴 따위는 이제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아무런 원한도 없었던 젊은 여자의 죽음은 역시나 가슴이 쓰라렸다. 이러한 죽음을 일상적으로 야기하는 세계의 허망함이 새삼스럽게 발치에 번져 간다.

욕심에 눈이 멀어 폭탄이 든 봉투를 집은 여자가 돼지라면, 그 돼지를 폭탄으로 날려 보낸 것은 어떤 위인인가. 고작 할아버지 한 명이긴 하지만, 얻어맞고 졸도한 것을 말없이 보고 있던 남녀 경찰은 어떤 위인인가. 아니, 이렇게 이 역 대합실을 만나는 장소로 정했기 때문에 이만한 소동을 일으킨 이 나야말로, 어디의 어떤 위인인가. 그야말로 누구에게도 한 푼 가치도 없는 여동생 하나를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나는.

그런 것을 그 때 나는 그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머리 속 절반은 착실히 시간을 재고 있었다.

3분이 지나고 오후 8시 2분 전이 됐을 때, 나는 침착한 걸음걸이로 인기척 없는 대합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문이 열린다. 가게 안은 비어 있다. 웨이트리스가 이 쪽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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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순이 | 2006/02/24 00:00 | ◈ 다카무라 카오루 | 덧글(3)
[번역] Station Parlor (4)
다카무라 카오루 作

 
Station Parlor (1)~(3)에서 이어짐.....    *~*~*~*~*~*~*~*~*~*~*~*~*~*~*~*~*~*~*~*~*~*


나는 총구로 재촉을 당하며 남자와 함께 역 대합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구내의 수선스러움이 새로이 되살아난 것처럼 귀에 울렸다. 구경꾼의 인파와 섞여 경찰 제복이 몇 개나 보였지만 대합실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할아버지가 만약 경찰관계자라면 벌써 예전에 동료를 이끌고 대합실에 쳐들어왔을 터이다. 혼자서 대합실에 돌아와서 나에게 뭐라뭐라 귀엣말하기 전에, 형사라면 할 일이 있었을 터이다. 겨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판단력과 사고력도 시시각각 둔해지고 있다.

타이베이의 킬러나 나나 비슷한 필드에 있는 프로였으므로 구경꾼들의 소란을 틈타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개찰구를 나오자 남자는 지하철 방향이 아닌 역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까지 갈 거냐.”

“경찰이 쫓아오고 있어.” 하고 남자는 짧게 정확한 베이징 말로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 역 대합실에 있던 남녀인가. 아니면 연락을 받은 잠복근무반인가. 도망치는 우리들의 발소리와 비슷한 페이스로 등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곧 알 수 있다.

나와 수수께끼의 남자는 터미널을 나와서 교차로의 큰 육교를 건너, 복잡한 아베노 거리 상점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5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남자는 말했다. 등뒤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쓰레기가 울타리처럼 둘러진 어두운 골목에서 남자는 처음으로 입가를 누그러뜨렸다. 그리하여 무표정이 사라지자, 수수께끼도 무엇도 아닌 매우 평범한 남자 얼굴이 나타났다.

“마중 나왔다.” 하고 남자는 말했다.

“5분만 같이 있겠다. 5분 지나면 나는 물러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이미 이 남자의 목적이 살인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의 내력이나 목적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도 내게는 없었던 것이다.

“미국에 갈 거지?” 하고 남자는 질문했다.

“여비에 보태려고 당신, 소중한 체스카{*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_-;;; 아시는 분?}를 팔았지? 산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야. 고작 천 달러였다고 하더군. 바보 아냐? 당신. 이 나라에서는 2만 달러에 팔 수 있는 걸 말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나.”

“우선 머리를 식혀야 돼. 당신이 탈선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안 건 그런 점에서니까. 위조여권을 샀다는 이야기도 누출됐어. 당신, 우물 안 개구리야. 미국에서는 그런 머리로는 살아갈 수 없다구. 뇌 속부터 바꿔 넣어야 돼. 뭐하면 도와주지.”

나는 속을 부글부글 끓이면서 내 손목시계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게 다 새 나가고 있다. 절망이 단숨에 눈앞에 드리워지자 이번에는 반대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1분 지났다. 본론으로 들어가.”

“미국에 가는 건 괜찮지만 이 상황으로는 무리인데. 오늘 밤 그 역 대합실 상황을 보건대.”

“쓸데없는 참견이다.”

“이것 봐, 당신. 오늘 밤 그 가게, 이상한 놈들만 있다고 생각 안 해?”

“그렇군. 우선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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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순이 | 2006/02/09 18:59 | ◈ 다카무라 카오루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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